미국의 장단기 금리 역전 이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도대체 장단기 금리가 무엇이기에,
또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 경제에 어떤 일이 벌어지기에 이 난리일까?
오늘은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에서 최근 발간한 흥미로운 자료 "장단기금리 역전이 불황을 유발하나?"를 통해,
이 의문을 풀어볼까 한다.
장단기 금리가 뭐길래 난리인가?
먼저 개념정리부터 해야한다. 장단기 금리란 보통 10년 만기 국채금리와 2년(혹은 3개월 만기) 국채금리의 차이를 의미 한다.
그리고 장단기 금리 역전은 보통 "불황"의 신호로 간주되곤 한다. 그러나 장단기 금리 역전이 왜 불황으로 이어지는 지에 대해서는 잘 이야기 하지 않는 것 같다. 혹시 장단기 금리 역전이 불황을 유발(Cause)하는 것일까?
장단기 금리가 불황을 "유발"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게 말할 수 있다"이다.
왜냐하면 은행의 수익은 대출과 예금의 만기 '차이'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평균적으로 대출은 만기가 긴 반면, 은행 예금은 만기가 짧은 편이다. 결국 은행은 만기가 짧은 부채(=예금)를 만기가 길게 운용(=대출)함으로써 돈을 벌고 있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은행들은 예금금리에 비해 대출금리가 더 크게 상승할 때 수익을 올리곤 한다.
반면 은행의 이자수익은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에 비해 더 빠르게 상승할 때 축소된다.
즉 대출금리에 비해 예금금리가 더 가파르게 상승할 때, 은행들은 대출을 축소하며 이는 경기의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 은행이 대출을 조인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은행들에게 "장단기금리가 역전되고 있는 것에 대응해 대출을 줄이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러한 설문 조사의 주된 내용은 다양한 종류의 대출 기준을 강화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은행들의 답변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 장단기금리 역전은 은행들의 수익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 장단기금리 역전은 은행들의 위험자산에 대한 태도를 약화시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 장단기금리 역전이 경제전망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
아래의 <그림>은 장단기 금리차(주황색 선, 좌축)와 은행들의 대출 심사 '강화' 여부(파란색 선, 우축)를 함께 표시한 것이다.
장단기 금리차는 10년 만기 채권에서 2년 만기 채권 금리를 뺀 것인데, 장단기 금리가 역전될 때마다 은행들의 대출 심사가 강화되고 이게 다시 경제활동의 둔화로 이어지는 것을 발견 할 수 있다.
대출심사의 강화 여부를 측정하기 위해, "대출 태도를 강화하겠다"고 대답한 대출담당자의 비율에서 "대출 태도를 완화하겠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을 뺀다. 즉 파란 선이 플러스를 기록하고 상승 전환한다는 것은 대출태도가 강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은행이 대출을 조이면 경기가 둔화된다
이게 왜 중요할까?
은행 대출담당자들이 대출 심사를 강화한 이후 경제의 성장 탄력이 둔화되는 경향이 관측되기 때문이다.
이는 장단기 금리의 역전 이후 불황이 출현하는 (진정한) 이유가 은행의 대출 감소 때문임을 시사한다.
이상의 분석을 통해 세인트루이스 연은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수익률 곡선의 역전은 경기 불황의 믿을만한 신호이며, 또 수익률 곡선 그 자체가 불황을 유발한다"고 결론을 내린다.
매우 흥미로운 가설이다.
여기서 이야기를 마치면 섭섭하니, 조금 더 이야기를 진행해보겠다.
미국 상업은행들의 대출 심사 태도와 대출 사이에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더 나아가 최근의 은행 대출 심사 탣도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그러나 아직은 은행들이 대출을 심하게 조이진 않는다
아래 <그림>의 파란 선은 상업은행의 대출 심사 태도인데, 2018년 말에 태도가 꽤 강화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2016년 봄이나 혹은 2008년에 비교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꽤 상승중이다.
그러나, 붉은 선으로 표시된 상업은행들의 대출은 여전히 늘어나고 있다. 2008년 부동산시장 버블 붕괴 직전의 수준(20%대 초반)에 비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2019년 1월 대출 증가율은 10%선을 넘어섰다.
<미국 은행 대출 심사 태도(파란 선, 좌축)와 대출 증가율(붉은 선, 우측) 추이>
이상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최근의 장단기 금리 역전은 불황의 신호일 뿐만 아니라, 불황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존재한다.
그 이유는 장단기 금리가 역전될 때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는 대출 심사의 강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출 심사의 강화는 곧 대출 감소의 가능성을 높인다.
그러나 최근의 동향을 살펴본 결과, 대출심사가 2018년 말을 고비로 확연하게 강화되었지만 아직 그 수준은 낮은 편이었다.
더 나아가 상업은행의 대출은 꽤 강하게 늘어나는 편이다. 따라서 장단기금리의 역전으로 향후 경기전망이 어두워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아직 은행의 대출 축소로부터 시작된 경기 둔화의 징후가 나타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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